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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토크룸 (Talks)

[윤언니] 인생 첫 블로그를 미국서 시작하다.

by Dr.Yun in FL 2023.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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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내가 미국에 온지도 10년이 넘었다. 32살의 뒤늦은 나이에 박사유학을 왔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다. 그리고 나는 올해 44살이 되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내가 왜 44살의 나이에 나의 인생 첫 블로그를 미국에서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1. 한국말에 대한 갈증

나는 의도치 않게 (?) 미국인과 결혼했다. 유학을 올 당시, 미국에서 터를 잡고 살 계획이나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은 7살짜리 아들도 있다. 10년이 넘는 미국 생활 속에서 내 삶도 많이 안정이 되었지만, 언젠가부터 내 마음 속에 무수히 많은 한국말과 생각들이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이를 꺼내놓을 출구가 절실히 필요했다. 미국인 남편, 아직은 한국말이 서투른 아들, 멀리 있는 내 가족과 친한 친구들, 그리고 영어에 둘러쌓인 직장생활.. 그 속에서 내 모국어인 한국말에 대한 갈증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갔고, 나는 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나의 인생 첫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했다.

2. 10나로 돌아간다면..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내가 유학을 가겠다고 준비하던 당시 나는 이미 30대 직장인이었다. 모아놓은 돈도 없었고, 영어도 정말 못했다. 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지만, 조금은 다른 세상이 보고 싶었고, 유학이 그나마 그 길을 열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집은 아주 가난하진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유학비를 대줄 수 있을 만한 집안이 아니었고, 나이 서른이나 돼서 유학을 이유로 손을 벌릴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장학금이 필요했고, 그나마 대학원은 일하고 돈 받으며 다닐 수 있는 곳들도 있다고 하니, 당시 나는 어학연수를 가야하는 영어 실력이었지만, 되든 안되든 한번 해보자하는 생각으로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애초부터 지원하는 학교에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면 시작할 수도 없는 게임이었기에, 안되면 그냥 한국서 다니던 직장이나 열심히 다니라는 하늘의 뜻으로 여기겠다 생각해서 안될 것에 대한 부담도 걱정도 그리 많치는 않았다.
 
그렇게 직장 생활을 하며 TOFEL과 GRE를 준비를 시작했고, 2년 정도 만에 간신히 미국 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을 만한 미니멈 점수를 만들 수 있었다. 오직 여섯 군데의 대학원만 지원을 했고,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Assistantship을 줄 수 있다는 레터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32살의 나이에 아무 연고도 없는 플로리다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유학을 가겠다고 생각하던 당시에는 교수가 되겠다는 꿈은 꾸지도 않았지만, 운이 좋게 2015년 졸업 직후 Georgia의 작은 학교인 Fort Valley State University에 조교수(Assistant professor)로 채용이 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임신이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렇게 나는 36세의 나이에 내가 원하던 교수도 되고, 엄마도 되었지만, 2년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만 했다. 당시 플로리다에 살고 있던 남편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 사이에서 내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탓에, 나 혼자 갓난쟁이 아기를 키우며, 교수직을 이어나가는 것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무엇보다 내 전공이 아동발달 아니었던가? 아침마다 데이케어에 내려놓을 때마다 우렁차게 울어대던 내 아들을 계속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워킹맘에서 풀타임마미, 그리고 경단녀가 되었다. 그때부터 내 마음속에 무수히 들었던 생각은 “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였다. 항상 뭔가 목표를 향해 달렸던 것 같은데, 육아는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과는 너무나 다른 형태의 일이었다. 내 계획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고,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일들이 나의 적성에 그다지 맞지 않다는 것도 깨닫고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그게 내 인생의 끝은 아니었다.

3. 인생의 3막.. 함께 하는 삶

인생이 한 편의 연극이라면 32살 전 한국에서의 삶이 내 인생 1막이었을테고,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하며 나는 내 인생의 2막을 맞았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 인생의 3막을 열어보려 한다. 지금 나처럼 직장생활을 하며 유학을 꿈꾸는 누군가가 있다면, 화려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지쳐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엄마들이 있다면, 한국에서 영어 강의와 영어 논문 쓰기를 열심히 준비하는 열정 넘치는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들이 있다면.. 내가 지난 20년간 걸어오며 겪은 경험들이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 지름길을 열어줄 수 있길 기원해 본다. 그리고 나는 늘 생각했다. 내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어주고, 가끔 위로도 해주고, 인생의 조언도 아끼지 않는 인생의 내편 ‘나의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 바램에서 시작된 곳이 바로 "브라보!리서치 라이프" 블로그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그토록 원하던 '너의 편'인 언니가 되어주고 싶다. 이 작고 소소한 시작이 어떻게 흘러갈지, 내 인생에 어떠한 의미가 될진 아직 모르겠다. 단지 함께 나누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이 블로그를 통해 나의 나라 한국에 닿아, 나의 경험과 이야기들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내 인생 3막의 작은 연결고리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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